산문적 나이
정해영
주름진 강물처럼
낡았다
외줄기 길을 따라
흘렀다
횡단보도에서 파란 불을
기다리며
반 쯤 걸린 선반위의 그릇 같다는
생각을 하고
저절로 두 손을 모은다
하늘에 흩어지는 구름을
두 눈으로 모아 보다가
끝말잇기 같은 아슬아슬한 며칠을
데리고 종일 걷다가
가을은 두 번째 봄
낙엽 떨어지는 나무 아래서
봄날의 흩어진 꽃이름을
줍는다
낡은 것 뒤에는
어른어른 비춰 오는 것이 있어
죽음 뒤에는 또 삶이 있다고
시간의 긴 그림자가
마중 나와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