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내 작품을 토론하며 많이 슬펐다.
내 시에 대한 여러 지적은 참으로 고마운 것이어서
더 말할 나위가 없었지만 손님으로 오셨던 분의
지나친 열정(좋게 말해서)이 나를 아주 슬프게 하였다.
남의 토론 모임에 오면서 그것도 중간에 자신의 작품을
그런 식으로 검증 받아야 했을까?
한 시인을 뵈러 왔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리고
앞서가는 분께 어떤 평을 듣고 싶은 간절함도 이해가 가지만
그런 행동은 예의에 어긋난다.
그는 왜 좀 더 좋은 기회를 만들어 당당하게
자신의 작품을 선보일 수 없었을까?
내가 너무 편협한 생각을 하는 것일까?
나의 이런 넋두리도 손님께 대한 무례함일까?
세상을 그렇게 기회적으로 살면서 어떻게 좋은 시를 쓸 수 있을까?
그것은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라 정당한 욕심일까?
아니다, 아닌 것은 절대 아니다.
세상 사람들 모두 삭막해지고 이기적이 된다 해도 시인이 될 사람,
시인은 그래서는 안된다.
잘 쓰든 못 쓰든 시를 쓴다면 어떤 등단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이미 시인이나 다름없다.
시인인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비쳐지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아직도 시인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지켜보는
나같은 늙은 문학소녀도 있으니까.
토론 중에 느낀 슬픔으로 인해 꼭 2차를 가서 풀어야 했다.
쾌히 응해주시고 당돌한 항의에 깨끗이 사과를 해주신 문인수 선생님과
동행해 주신 맥가이버 님, 2차비를 지원해 주신 하이디 님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