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번째 물빛을 묶는다. 참으로 많은 날들이 우리들 앞을 지나갔다. 언어를 다듬고 만드는 긴 작업을 통해서나마 우리는 만나고 싶었다. 바깥을 향한 우리의 시선은 혼돈이었다. 숱한 수런거림과 변화를 받아들여 삭이기엔 시간이나 노력이 부족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정기 모임을 통해 사회와 문학 그리고 개인과 현실간의 갈등이나 긴장, 그 모든 관계로부터 좀 더 자유로운 표현에 구체적으로 놓이고자 했다. 삶과 문학간의 간격을 좁히고 나름나름의 감성과 상상력을 섞어 발효시킬 창조적 언어를 얻고자 했으나, 조금은 침체된채 내적인 고뇌에 골몰해 있던 동인들의 모습은 차라리 안타까움에 깊이 닿아 있었으리라. 지난 봄 그러니까 5월이 지나갈 무렵 어디론가 솟구치고 싶었던 동인들은 새로운 작업이 필요했고, 물빛은 3회 시화전을 열었다. 안팎의 답답함을 벗어버리기라도 할 듯이 화방 골목을 드나들었던 한때, 동인들은 거리의 봄기운에 조금씩 활력을 되찾았던 것일까.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에 대한 새로운 전망이나 튼튼한 언어들을 얼핏 만나기라도 한 듯이. 일년만에 묶게 되는 이번 5집에 몇몇 낯선 동인의 이름자를 올리게 된다. 기쁘다. 그들 또한 열정에 찬 작업으로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늘 뒤에서 물빛을 지켜주신 이진흥 선생님, 그리고 도움을 아끼지 않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리며 이 작은 묶음을 따스하게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