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빛동인지 3집 > 물빛은이렇게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물빛은이렇게

|
01-05-15 23:20

물빛동인지 3집

조회 수 1,14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전 체 목 록
58e6656b28d8d403a6d337c5c215cb25_1614825


3집을 내며

물방울이 끊임없이 떨어지고 있다.
물방울들은 쉼없이 돌을 적시며 흘러내리고, 우리의 시선은 그 방울물의 은은한 빛깔에 머물러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 우리는 삶 속에 배어나오는 연초록빛 깊이로 내닫고자 하는 물빛의 언어를 열망했던 것이다.
물은 투명한 빛깔과 생명을 지니며 흐르는 삶의 근원적 울림과 같은 모습이 아니던가, 물은 강하구로 흘러가며 기슭을 쏟아도 보고, 물고기들을 춤추게 하며, 은모래빛과 어우러지기도 한다. 물빛은 그 쉼없는 강의 흐름에 모든 것을 맡기고 강의 리듬을 생생히 싣고자 희망하는 것이다. 우리는 서툰 몸짓이나마 끝없이 드러내면서 물의 태깔로 두런대며 흐르고자 할 뿐이다.
<上善若水, 水善利萬物而不爭,> 老子는 道德經에서 말했다. 최상의 선은 물과 같다. 가장 낮은 곳으로 스스로를 낮추며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는다. 우리의 바램 또한 그런 것이 아니었던가. 가장 선한 눈빛으로 우리가 만나는 일상의 모든 사물들과 마주할 때 그 대상들은 일상을 벗어나 참모습으로 반짝이며 다가올 것이다. 우리는 그 눈물겨운 반짝임과 만나고 감응하며, 살아 숨쉬는 언어들을 찾아낼 것이다. 우리의 문학적 호흡, 숨결들은 물의 빛깔로써 무늬지며 흘러 갈 것이라 믿는다.
우리 동인들의 다양한 표현의 서투름은 서로 보듬어 다독이고, 열린 눈으로 저 낙동강변 모래벌을 향해 가고자 한다. 우리 자신의 언어도 반추해보고, 이 어려운 시대의 언어상황에도 소홀함없이 들여다보며, 언어 본연의 리듬과 상상력을 뭉쳐서 진솔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엄밀히 몰두할 것이다. 우리가 가는 길에 부딪는 소용돌이치는 고통들도 성실히 감내하며, 다만 투명한 물빛의 시선으로 신선한 언어를 굴리며 조용히 나아가고자 한다. 강물을 흔들어 은은한 반짝임도 전하면서.

우리의 만남도 해를 거듭하고,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개성있는 목소리들도 수용하며 한 걸음씩 내딛고 있다. 그동안 동인들의 서툰 수런거림이 피어오를 수 있게 밤늦도록 장소를 마련해 주신 최두남 회원님께 그리고 우리들의 시선을 끝없는 애정의 빛깔로 투명하게 닦아주고 계신 이진흥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2집을 내고나서 일년 남짓하게 진지한 토론과 함께 써 모았던 글들을 묶으니 새삼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 부끄러움이 앞선다. 그러나 우리는 새로움과 다양함으로 열린 삶의 진실한 모습과 더불어 더욱 열심히 쓸 것이다.

1986년 6월


참여 하신 분들

강은숙 고미현 김명숙 김봉희 김순옥
김용순 김정녀 설지예 유경례 이옥희
이자 이진영 정정지 정화진

< 1986.6.31 발행, 76쪽 >
TAG •
  • ,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목록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46 물빛 동인지 40집 꽃은 말하지 않는다 팔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3-10-11 116
45 물빛 동인지 39집 - 잘 가라, 피아노 꽃나비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3-03-05 235
44 물빛 동인지 38집 - 꽃이라는 도시 꽃나비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3-03-05 256
43 물빛 동인지 37집 - 봄볕에 탄 말 꽃나비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3-03-05 223
42 물빛 동인지 36집 - 즐거운 거리 팔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2-12-27 248
41 물빛 동인지 35집 - 꽃으로 서다 물빛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8-12-15 769
40 물빛 동인지 34집 - 빨강 아날로지 물빛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7-11-30 620
39 물빛 동인지 33집 - 한 잎의 어둠 물빛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6-12-31 644
38 물빛 동인지 32집 - 당신의 분홍 물빛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5-12-29 689
37 물빛 동인지 31집 - 꽃은 저마다 벼랑에 서 있다 물빛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4-11-24 783
36 물빛동인지 30집 - 어디에도 없다 이오타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14-05-13 890
35 물빛 동인지 29집 - 무엇을 더하여 꽃피울까 이오타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13-12-04 660
34 물빛 28집- 소리, 환청처럼 아득한 이오타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13-12-04 767
33 물빛 동인지 27집 - 오래 된 통조림 이오타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10-12-29 909
32 물빛 동인지 26집 - 모델하우스가 있던 자리 인기글 물빛 이름으로 검색 2010-01-03 1052
31 물빛 동인지 25집 - 어딘가 헐렁 인기글 물빛 이름으로 검색 2008-12-25 1056
30 물빛 동인지 24집 - 흰 국화 그늘에 들다 인기글 물빛 이름으로 검색 2007-12-24 1495
29 물빛 동인지 23집 - 적갈색 고요 인기글 물빛 이름으로 검색 2007-01-13 1652
28 물빛 동인지 22집 - 벽에도 상처가 있다 인기글 물빛 이름으로 검색 2005-12-22 1467
27 물빛 동인지 21집 - 산은 지금 올이 고르다 인기글 물빛 이름으로 검색 2005-01-13 1621
26 물빛 동인지 20집 - 배추흰나비의 시간 인기글 물빛 이름으로 검색 2005-01-13 1727
25 2003년도 문예진흥원의 인터넷 문학사이트 지원대상으로 선정 인기글 물빛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3-10-28 1910
24 물빛동인지 19집 - 고요를 편애하다 인기글 물빛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2-12-22 2480
23 물빛동인지 18집 - 나비처럼, 힘껏 인기글 물빛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2-01-02 1818
22 여성 시, 당당한 욕망의 표현 인기글 물빛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05-18 2063
21 향토문단 결산작품집 "봇물" - 매일신문 1993.12.08 인기글 물빛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05-18 1563
20 문학동인지 출간 잇따라 - 매일신문 1999.12.27 인기글 물빛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05-18 1819
19 물빛 동인회 작품집 발간 - 매일신문 1999.01.09 인기글 물빛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05-18 1426
18 물빛동인지 17집 - 바람을 타야 아름답다 인기글 물빛 이름으로 검색 2001-04-29 1910
17 물빛동인지 16집 - 청동거울 속으로 들어가다 인기글 물빛 이름으로 검색 2001-05-15 1668
16 물빛동인지 15집 - 길은 늘 그렇듯 말이 없다 인기글 물빛 이름으로 검색 2001-04-29 1570
15 물빛동인지 14집 - 휘파람과 물결 사이 인기글 물빛 이름으로 검색 2001-04-29 1640
14 물빛동인지 13집 - 그대에게 묻는다 인기글 물빛 이름으로 검색 2001-04-28 1698
13 물빛동인지 12집 - 새벽의 푸른 눈빛 인기글 물빛 이름으로 검색 2001-05-15 1629
12 물빛동인지 11집 - 나무에게 띄우다 인기글 물빛 이름으로 검색 2001-04-28 1458
11 물빛동인지 10집 - 치자꽃 그 미친 향기 인기글 물빛 이름으로 검색 2001-04-28 1676
10 물빛동인지 9집 - 나는 오늘 프랑스 영화를... 인기글 물빛 이름으로 검색 2001-04-28 1596
9 물빛동인지 8집 - 장미 혹은 캄캄한 절망 인기글 물빛 이름으로 검색 2001-04-28 1472
8 물빛동인지 7집 - 그 리본을 달고 싶다 인기글 물빛 이름으로 검색 2001-05-15 1597
7 물빛동인지 6집 - 여백, 채울 수 없는 인기글 물빛 이름으로 검색 2001-05-15 1321
6 물빛동인지 5집 인기글 물빛 이름으로 검색 2001-05-21 1300
5 물빛동인지 4집 인기글 물빛 이름으로 검색 2001-05-21 1202
» 물빛동인지 3집 인기글 물빛 이름으로 검색 2001-05-15 1143
3 물빛동인지 2집 인기글 물빛 이름으로 검색 2001-05-15 1347
2 물빛동인지 1집 인기글 물빛 이름으로 검색 2001-05-21 1251
1 물빛이란...? 인기글 이도원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03-12 1204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