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이 끊임없이 떨어지고 있다. 물방울들은 쉼없이 돌을 적시며 흘러내리고, 우리의 시선은 그 방울물의 은은한 빛깔에 머물러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 우리는 삶 속에 배어나오는 연초록빛 깊이로 내닫고자 하는 물빛의 언어를 열망했던 것이다. 물은 투명한 빛깔과 생명을 지니며 흐르는 삶의 근원적 울림과 같은 모습이 아니던가, 물은 강하구로 흘러가며 기슭을 쏟아도 보고, 물고기들을 춤추게 하며, 은모래빛과 어우러지기도 한다. 물빛은 그 쉼없는 강의 흐름에 모든 것을 맡기고 강의 리듬을 생생히 싣고자 희망하는 것이다. 우리는 서툰 몸짓이나마 끝없이 드러내면서 물의 태깔로 두런대며 흐르고자 할 뿐이다. <上善若水, 水善利萬物而不爭,> 老子는 道德經에서 말했다. 최상의 선은 물과 같다. 가장 낮은 곳으로 스스로를 낮추며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는다. 우리의 바램 또한 그런 것이 아니었던가. 가장 선한 눈빛으로 우리가 만나는 일상의 모든 사물들과 마주할 때 그 대상들은 일상을 벗어나 참모습으로 반짝이며 다가올 것이다. 우리는 그 눈물겨운 반짝임과 만나고 감응하며, 살아 숨쉬는 언어들을 찾아낼 것이다. 우리의 문학적 호흡, 숨결들은 물의 빛깔로써 무늬지며 흘러 갈 것이라 믿는다. 우리 동인들의 다양한 표현의 서투름은 서로 보듬어 다독이고, 열린 눈으로 저 낙동강변 모래벌을 향해 가고자 한다. 우리 자신의 언어도 반추해보고, 이 어려운 시대의 언어상황에도 소홀함없이 들여다보며, 언어 본연의 리듬과 상상력을 뭉쳐서 진솔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엄밀히 몰두할 것이다. 우리가 가는 길에 부딪는 소용돌이치는 고통들도 성실히 감내하며, 다만 투명한 물빛의 시선으로 신선한 언어를 굴리며 조용히 나아가고자 한다. 강물을 흔들어 은은한 반짝임도 전하면서.
우리의 만남도 해를 거듭하고,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개성있는 목소리들도 수용하며 한 걸음씩 내딛고 있다. 그동안 동인들의 서툰 수런거림이 피어오를 수 있게 밤늦도록 장소를 마련해 주신 최두남 회원님께 그리고 우리들의 시선을 끝없는 애정의 빛깔로 투명하게 닦아주고 계신 이진흥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2집을 내고나서 일년 남짓하게 진지한 토론과 함께 써 모았던 글들을 묶으니 새삼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 부끄러움이 앞선다. 그러나 우리는 새로움과 다양함으로 열린 삶의 진실한 모습과 더불어 더욱 열심히 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