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장 밑으로 돌돌돌. 흐르는 물소리로 꿈꾸었던 3月의 하늘은 새파랗게 물빛이다. 겨우내 얼었던 강이 풀리고 끝없이 펼쳐진 망망한 동해 바다가 연한 남빛으로 본래의 자기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3月이 오면, 우리는 물빛속에 깊이 침잠해 있는 그 무엇들을 하나씩 건져올려 보기로 의견을 모았다. 작년여름 어줍잖게 그러나 가슴을 두근대며 1집을 낸 이후, 동인들은 시작(詩作)을 게을리하지 않고 꾸준히 쓰고 끊임없이 토론하면서 그래서 그 결과 제법 두툼하게 쌓여진 원고뭉치를 간추려 감히 2집을 내놓기로 했다. 그동안 우리는 한달에 두번씩 환한 불빛아래에서 이마를 맞대고 정겨운 모임을 가졌다. 서로의 작품에서 크게 공감을 느끼기도 하고, 어느때는 매우 신랄한 비판도 해 가며 누군가의 시 한자락 부여잡고 붕- 함께 마음의 여행을 떠나 잠시 찌든 생활을 털어내기도 하였다. 누구의 눈물이던가. 각박한 삶의 뒤안길에서 서성이는 우리들의 메마른 정서에 방울방울 눈물 뿌려주던 시는 ― 문학은 우리들에게 커다란 위안이고, 질책이고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꿈길이다. 그러나 우리는 크게 무엇을 꿈꾸지 않는다. 다만 어떤 치열함보다는 조용히 내면으로 흐르는 그 무엇의 한끝을 졸졸 노래로 적셔보는 작은 샘물을 꿈꿀 따름이다. 늘 마르지 않고 찰랑이는 물빛. 그 투명한 속에 우리의 순수를 그림자로 비쳐볼 뿐이다. 그동안 「물빛」에 깊은 애정을 기울여 주신 이진흥선생님. 지속적인 후원을 아끼지 않은 계명대학교 사회교육원, 대한종합학원(회원 최두남) 그밖에 여러분의 호의와 성원에 깊이 감사를 드린다.